언젠가 쓰고싶은

2018. 12. 29. 01:24 from 찬른

 

 

 

 

 

 


그 아이는 말 그대로 '불'이었다.


태어날때 부터 '불'과 함께였던 그 아이는 세상에 나와 첫 울음으로 병원을 불바다로 만들며 에스퍼로 발현했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불'의 발현 소식은 세상을 뒤집었고 그 아이는 온 세상의 관심을 받으며 자랐다. 그 아이에게 붙는 관심은 두 종류였다. 태어날때 부터 능력을 지니고 발현시킨 천재 에스퍼로써의 존경심과 질투심 혹은 태어날때 부터 온갖 사고를 가진 불행의 에스퍼.


당연한 이야기였다. 능력이 발현되었을 때, 제 어미뿐만아니라 병원의 환자들과 인큐베이터의 아기들, 의사까지 모조리 죽음을 맞이했고 그 이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감시하에 보통의 학교에 입학했으나 그런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동급생의 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끊이지 않았으며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했다. 견디고 견디다 그 아이의 엄마의 죽음을 비웃으며 낄낄대는 도가 넘은 아이들의 말에 학교를 불태웠고 그 이후로 에스퍼 관리서에서 그 아이는 나오지 않았다.


불길속에서도 타지않는 피부와 손가락을 조금만 튕겨도 불꽃을 발생시키고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때문에 주로 대형화재현장에 나가는 일이 빈번했다. 손짓하나로 불을 제 앞으로 불러와 불길을 조금씩, 조금씩 줄이며 마침내에 불을 아예 제 몸으로 흡수하여 없애는 능력은 이 세상 에스퍼들중 그 누구도 갖지 못한 능력이었다.


그 아이는 정말로 '불' 그 자체였다.

 

흔히 보통사람이 갖고있지 않은 능력을 가진 사람을 '에스퍼'라고 하고 그 '에스퍼'가 본인의 능력을 통제하지 못했을 때 진정시켜주는 사람을 '가이드'라고 한다. 대체로 에스퍼 한사람당 가이드 한사람을 붙여준다. 그러나 그 아이는 가이드가 없었다. '필요'가 없었다. 불이 그 아이를 진정시켜주는 가이드의 역할을 해왔으니까.


적어도. 그 아이가 20살때까지는 그랬다.

 

그 아이가 점점 몸 안으로 들이는 불이 커지고 그 횟수 또한 많아졌다. 그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연구원은 그 아이가 이제 더이상 불을 몸으로 들인다면 아이는 불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연구원은 아이를 사랑했다. 아픔이 많은 아이지만 생각이 깊고 사람들을 위해 능력을 사용하기위해 필사적으로 불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해오는 모습을 보며 연구원은 아이를 사랑했다. 사람을 지키며 구하는 일을 하지만 정작 연구원은 그 아이야말로 지켜야하고 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연구원의 아이는 더이상 불을 삼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묵살되었다. 일부 연구원들과 학자들이 그 연구원의 말을 지지했으나 사람들의 여론과 높은 사람들의 명령을 뒤집기에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에스퍼 연구소에 불이 났다. 그 연구원은 아이에게 능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일주일전 검사에서 아이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연구원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연구원을 데리고 밖을 나와 불길을 보고있을 때, 옆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한 에스퍼의 가이드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아이가 연구원을 바라봤다. 연구원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가 연구원을 보며 미소지었다. 아이가 연구원의 앞머리를 쓸어주자 연구원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연구원은 깨달았다. 검사결과가 아니었어도, 아이는 이미 제 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고있었구나. 그 누구보다 먼저. 그래서 연구원은 가지 말라며 아이의 손을 붙잡았다.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연구원이 붙잡은 제 손을 빼내더니 아이가 연구원에게 입을 맞추었다.


연구원은 알았다. 아이의 고집은 저도 꺾기 힘들었고, 아이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연구원은 아이가 저 거대한 불길을 제 몸안으로 들일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불을 아이의 몸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아이가 연구원에게서 등을돌려 불길을 향해 걸어갔다. 연구원이 뒤에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려는 것을 에스퍼들과 가이드들이 막아섰다. 아이가 불길 속으로 들어가기전 연구원을 향해 뒤를 돌았다.


아이는 웃었다.


불길이 아이를 먹었다.

 

펑! 소리와 함께 5채의 건물을 휩쓸고 있던 불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던 가이드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었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그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아이가 있던 자리로 달려갔다. 그 자리에는 저가 아이에게 걸어주었던 그 아이의 어미의 목걸이가 떨어져있었다. 연구원은 아이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울었다.

 


태어날 때부터 '불'과 함께였던 아이는 마지막도 '불'과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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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