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빛이 영원하지 않더라도 RSS FEED

그 아이는 말 그대로 '불'이었다.

태어날때 부터 '불'과 함께였던 그 아이는 세상에 나와 첫 울음으로 병원을 불바다로 만들며 에스퍼로 발현했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불'의 발현 소식은 세상을 뒤집었고 그 아이는 온 세상의 관심을 받으며 자랐다. 그 아이에게 붙는 관심은 두 종류였다. 태어날때 부터 능력을 지니고 발현시킨 천재 에스퍼로써의 존경심과 질투심 혹은 태어날때 부터 온갖 사고를 가진 불행의 에스퍼.

당연한 이야기였다. 능력이 발현되었을 때, 제 어미뿐만아니라 병원의 환자들과 인큐베이터의 아기들, 의사까지 모조리 죽음을 맞이했고 그 이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감시하에 보통의 학교에 입학했으나 그런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동급생의 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끊이지 않았으며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했다. 견디고 견디다 그 아이의 엄마의 죽음을 비웃으며 낄낄대는 도가 넘은 아이들의 말에 학교를 불태웠고 그 이후로 에스퍼 관리서에서 그 아이는 나오지 않았다.

불길속에서도 타지않는 피부와 손가락을 조금만 튕겨도 불꽃을 발생시키고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때문에 주로 대형화재현장에 나가는 일이 빈번했다. 손짓하나로 불을 제 앞으로 불러와 불길을 조금씩, 조금씩 줄이며 마침내에 불을 아예 제 몸으로 흡수하여 없애는 능력은 이 세상 에스퍼들중 그 누구도 갖지 못한 능력이었다.

그 아이는 정말로 '불' 그 자체였다.

흔히 보통사람이 갖고있지 않은 능력을 가진 사람을 '에스퍼'라고 하고 그 '에스퍼'가 본인의 능력을 통제하지 못했을 때 진정시켜주는 사람을 '가이드'라고 한다. 대체로 에스퍼 한사람당 가이드 한사람을 붙여준다. 그러나 그 아이는 가이드가 없었다. '필요'가 없었다. 불이 그 아이를 진정시켜주는 가이드의 역할을 해왔으니까.

적어도. 그 아이가 20살때까지는 그랬다.

그 아이가 점점 몸 안으로 들이는 불이 커지고 그 횟수 또한 많아졌다. 그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연구원은 그 아이가 이제 더이상 불을 몸으로 들인다면 아이는 불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연구원은 아이를 사랑했다. 아픔이 많은 아이지만 생각이 깊고 사람들을 위해 능력을 사용하기위해 필사적으로 불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해오는 모습을 보며 연구원은 아이를 사랑했다. 사람을 지키며 구하는 일을 하지만 정작 연구원은 그 아이야말로 지켜야하고 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연구원의 아이는 더이상 불을 삼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묵살되었다. 일부 연구원들과 학자들이 그 연구원의 말을 지지했으나 사람들의 여론과 높은 사람들의 명령을 뒤집기에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에스퍼 연구소에 불이 났다. 그 연구원은 아이에게 능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일주일전 검사에서 아이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연구원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연구원을 데리고 밖을 나와 불길을 보고있을 때, 옆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한 에스퍼의 가이드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아이가 연구원을 바라봤다. 연구원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가 연구원을 보며 미소지었다. 아이가 연구원의 앞머리를 쓸어주자 연구원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연구원은 깨달았다. 검사결과가 아니었어도, 아이는 이미 제 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고있었구나. 그 누구보다 먼저. 그래서 연구원은 가지 말라며 아이의 손을 붙잡았다.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연구원이 붙잡은 제 손을 빼내더니 아이가 연구원에게 입을 맞추었다.

연구원은 알았다. 아이의 고집은 저도 꺾기 힘들었고, 아이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연구원은 아이가 저 거대한 불길을 제 몸안으로 들일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불을 아이의 몸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아이가 연구원에게서 등을돌려 불길을 향해 걸어갔다. 연구원이 뒤에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려는 것을 에스퍼들과 가이드들이 막아섰다. 아이가 불길 속으로 들어가기전 연구원을 향해 뒤를 돌았다.

아이는 웃었다.

불길이 아이를 먹었다.

펑! 소리와 함께 5채의 건물을 휩쓸고 있던 불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던 가이드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었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그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아이가 있던 자리로 달려갔다. 그 자리에는 저가 아이에게 걸어주었던 그 아이의 어미의 목걸이가 떨어져있었다. 연구원은 아이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울었다.

태어날 때부터 '불'과 함께였던 아이는 마지막도 '불'과 함께였다.

이런 내용의 글.....

호랑이와 수달

시작은 이랬다.

전원우 X 이 찬

섹피 AU

최중종 흑호X경종 수달

원우는 일상이 무료했다. 전국적으로 희귀한 최중종 호랑이에, 그 호랑이 중에서도 더욱 희귀한 흑호였기 때문이다. 모두 원우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위해 노력했다. 원우가 노력하지 않아도 원우가 얻고싶은 것이 손에 쥐어졌다. 처음에는 그것이 좋아서 갖고싶은 것은 모두 가지려고 했었다. 그러나 원우는 점점 지루해져만 갔다. 노력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없어졌다. 그래서 원우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거나 놀았던 날들을 뒤로하고 더이상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 거리는 것이 더 좋아졌고 더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억지웃음을 짓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햇빛을 쬐며 낮잠을 자는 것을 즐겼다. 잘 들어오지 않아 누가 사는 것 같지 않던 집은 점점 온기를 찾아갔다.

따뜻한 햇빛을 쬐며 낮잠을 자는 흑호의 옆에는 흑호의 위에서 색색- 거리며 자고있는 작은 수달도 함께했다.

원우가 과거의 행동을 모두 바꿔 생활하게 된 것은 사실 이 작은 수달덕분이었다. 이 작은 수달, 찬을 만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찬을 만나게 된 날도 어김없이 원우는 클럽에서 아는 사람 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석하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원우는 술을 잘 마셨고 원우가 가는 파티에는 항상 도수가 높은 술과 함께였다. 그 날도 도수 높은 술병들이 테이블을 가득 메울 참이었다.

여기서 다시 말하지만 원우는 술을 잘 마셨다. 하지만 잘 마시는 것에 비해 원우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시말해 도수 높은 술병들은 원우가 비운 것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원우의 아는 사람 친구 즉, 이 생일파티의 주인공이 거하게 취했다. 제 혼현을 잘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제정신이 아닌 자가 클럽안 누군가에게 치근덕 거리기 시작했다.

" 저랑 같이 한잔 하실래요? "

그리고 그 장면을 원우가 화장실을 갔다 오다가 목격했다. 아무리 원우가 평소에 파티에 주로 가고 클럽에 간다지만, 대체로 모인 사람들끼리 술을 마시며 놀았기에 누군가에게 작업거는 것을 원우는 처음 본 것이다. 싫다며 뿌리치는데 자꾸 제 테이블로 끌고가려하자 원우가 막아섰다.

" 하지말라면, 하지마세요 "

제 혼현을 조금 풀어 말하자 최중종 흑호의 기에 눌린 중종 치타가 기싸움을 하려다가 포기하고 꼬리를 내리고 도망갔다. 원우가 그 도망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제 옷깃을 잡아 내리는 손길에 뒤를 돌았다. 밝은 갈색머리의 큰 눈망울을 가진 남자가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 아니 술을 처먹고 취했으면 곱게 잠이나 잘 것이지.. "

꿍얼거리는 소리에 욕이 섞인 것은 기분탓이라며 넘긴 원우가 이만 자리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 승관이 형! "

다람쥐의 이름이 승관이었는지 어! 찬아!하며 손을 흔드는 승관의 시선끝으로 자연스레 그 곳을 바라본 원우의 눈에는

" 형, 어디갔다왔어요? "

진한 분홍머리의 누가봐도 수달의 혼현을 가진 남자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당시를 회상하는 원우는 찬이 제게로, 정확히는 제 옆에 승관에게로 다가오는 그 뒤로 후광이 비췄다고 말하곤 한다. 여튼, 그 때 진한 분홍의 부드러워보이는 머리카락을 찰랑이는 찬에게 원우는 그대로 색다른 감정을 느꼈다.

그래, 사랑이었다.

원우는 그때부터 찬에게 애정공세를 펼쳤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찬은 제게 엄청난 애정공세를 펼치는 원우에 부담을 느끼고 도망다니기에 바빴다. 사실 원우의 스케일 큰 선물들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해도 부담이 심했다고 한다. 찬이 부담을 느끼자 원우는 포기하고 찬과 자주 놀러다니는 것으로 방법을 바꿨다. 소소하게 아쿠아리움부터 놀이공원, 바다 등을 놀러다녔다. 특히 바다를 갔을 때 찬이 굉장히 예쁘게 웃으며 원우를 바라보았는데 원우는 그 웃음에 두번 반했다.

찬이 원우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원우와 찬이 바다에 놀러갔을 때, 오랜만에 바다의 시원한 바람을 맞아 기분이 좋았던 찬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다에 발을 참방-거리며 놀고있었다. 혼현으로 변해 바다를 들어가려던 순간에 원우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뒤를 돌아 원우를 바라보았다. 조금 세게 부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쭉- 저를 보고있었던듯 저와 눈이 마주치자 살며시 지어내는 미소에 찬은 심장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바닷가에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찬은 달달한 초코를, 원우는 라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습관인지 책상을 똑, 똑, 거리며 두드리는 원우의 손에 눈이 갔다. 아까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손이 고왔다. 손에서 시선을 올리자 원우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후다닥 테이블에 엎드린 찬이 쿵-쿵-하고 뛰는 제 심장을 느꼈다.

원우가 찬을 좋아한다는 것을 찬은 이미 알고있었으므로 두사람이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원우의 삶이 180도 달라지게 된 것이었다. 찬과 연애를 하기 전에도 찬을 따라다니느라 파티나 술자리에 잘 가지않았지만 찬과의 연애를 시작한 이후, 원우는 찬과 함께 제 집에서 살다시피했다. 찬 또한 강의가 끝나고 나면 항상 학교 건물 앞에서 기다리는 원우의 차를 타고 원우의 집으로 향하고는 했다.

최중종 호랑이와 경종 수달의 연애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었다.